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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글

쌍팔년생의 중압감 같은 것

= 쥐씨 2010. 11. 16. 01:41


한솔이가 깜짝 귀국한게 너무 반가워서 트위터에도 쓰고 미니홈피에도 쓰고 여기까지 와버렸다. 주어진 미디어들을 잘 써먹는 내 모습을 또 발견한다. 뭔가 일상에서 '+1'되는 이벤트가 있거나(화려함의 여부는 상관없다 단지 +1이라면) 감정의 기울기가 생기기 시작하면 어느 통로로든 표현하고마는 나, 예외는 없다.

그녀의 영국 생활이 궁금했지만, 일년 여 어학연수의 성패를 규정 짓고, 그와 관련된 장단점을 정리해 전해들으려는 것보단 그냥 "다녀왔구나, 잘! 무사히!"라고 먼저 한마디 건내는게 더 낫겠다는게 느껴졌다. 물론 짧지 않았던 대화 중에 "너가 내 주변인 중 유학 생활에 만족도가 제일 높은 애 같아"라거나 "결과적으로 실패자는 아닌거지"하는 등의 말이 튀어나오기도 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일년이 지났다 훌쩍. 안부를 물을 때마다 서로 "이전에 비해 잘 지내는 편인듯?"이란 말을 주고 받아 온게 다행스럽다. 지내왔을 뿐인데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있다. 언제나 시간과 나이 얘기는 상대성을 지닌 소재이기에, 늘 느끼고 지내면서도 사람들 앞에선 이걸 말하느니 차라리 다른걸로 얘기를 풀어가길 택하는 편이다 난. 그런데 친구랑은 그런 얘기를 밑도 끝도 없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특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지켜봐 왔었다면. 인생에서 토 나오는 시기를 함께했었다면 더욱.



그래서 말한다. 이십대 중반이 된다는 걸 믿을 수 없다. 내가? 쟤가? 그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걔도????
세상에 회사원이 됐다니
세상에 결혼식을 올렸다니
세상에 안 고쳤는데 이뻐진 것 좀 봐
세상에 띠동갑 오빠랑 사귄다니


각자 삶의 모습을 건너건너 접하는 일은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살짝 허탈함으로 마무리 되곤한다.
늘 문제는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인데
나는 친구에게서 그게 분명히 드러나지 않으면 낼름 포기해버리는 편이기 때문이다
허탈한건, 내가 뒤쳐졌거나 내 모냥이 톡특해서가 아니라 너무 다름을 확인할 때 오는 기분이다.

여기다 아주 조금만 뜸해졌다 연락을 해보면 3명 중 1명 꼴로
(없는 번호 입니다) 
걔 미국 갔잖아, 홍콩 갔잖아, 중국 갔잖아, 심지어 스페인 갔잖아
자기가 벌어서 갔대?
오십 대 오십이래
그것도 대단하네


여기다 친구들이 특정 직업군에 종사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그건 바로 선생님
걔 과외 네탕 뛴대 강남까지 찍는다 입소문 제대로 탔나봐
세상에 우리 같이 책상에 앉아서 배웠는데 이젠 가르치는 입장이라고?
그러면서 나도 어느새 선생님을 하고 있다......우오우우오오오

무언가를 '이루었거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본격적인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는
친구님들.
곧 내 나이가 그런 나이.
그럴 수 있는 나이.



가끔씩 이렇듯






같은걸 느끼면서 묘해지는 기분에 처해있는 거 나쁘지 않지요. 그렇지요. 

내가 민감한 것은 아니겠지.
친구님들 중엔 저의 친구님들이 다방면으로 뻗어가는 것을 보며 그렇구나라고 박수 한번 쳐주는 대인배도 있다지만.
나는 그래지질 않아.


그리고 또 하나,
소리 없이 다가온 이십대 중반 앞에서 드는 이 생각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사치나 투정으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지금 이십대 중반으로 가는 이들 중, 잡다한 생각들을 접고 그저 살아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불안함도 여러가지일 것이다.
이쪽으로 왔는데 저 쪽 떡이 더 커보이는 내 눈을 감을 수가 없는 이가 느끼는 불안함과
걷던 데만 어쩔 수 없이 걸으면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이가 느끼는 불안함이
같더라고 할 수 없다.

그러니 내가 내년이 닥쳐와 어떻게 살아가건 우선 감사하고 볼 일이다. 스스로도 이건 투정인가 싶은 얘기들을 늘어놓을 수 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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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내가 여기에도 있구먼 히히
    나도 소인배여서 박수쳐지지안터라
    부러워하고 보기싫어하고 내자신을 쪼그라트리고있어,
    in this time
    2012.01.12 13:33
  • 프로필사진 = 쥐씨 너때문에 내가 23살때 느꼈던 중압감에 대해 다시 읽게 됐는데 그때나 지금이나다... 2012.01.12 23:03 신고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2.09.04 22:40
  • 프로필사진 = 쥐씨 그 검색어가 문득 좀 슬퍼지긴 하지만 위로를 받으셨다니 다행이에요. 마냥 푸르른 청춘일 수 없다는 걸 잘 아는데 자꾸 푸른색으로 포장하려는 시선들이 아쉽다고 느껴지는 요즘이에요. 상황도, 마음도 알 수 없으니 모르는만큼 무심히 응원해드릴께요. 힘내세요! 2012.09.05 13: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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