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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다. 파리다. (오랜만이다.)


 



오늘은 유럽에 도착해 처음으로 알람을 듣고 깬 날. 아침 일곱시쯤 눈이 떠졌고 이제야 시차적응이 끝났다는 확신 같은 것도 들었다. 샤워할 때 물은 너무 쫄쫄 떨어지고 위생 상태도 그닥이지만 방이라는 공간에 창문이라는 물건을 갖다 붙여준건 참 감사하다. 생얼로 셀카도 찍고 파리 이 숙소에 머무는 내내 밤새 시끄러웠던 살롱도 담아보고. 





어디론가 또 가봐야지. 이국의 티켓 자동 발권기는 나를 참 떨게 만든다. 하지만 투명한 유리에 쌓여 있는 역무원보다야 덜하지. 2010년 여름 당시, 나는 '물어물어 가야 하는 행위'를 끔찍히도 싫어했다. 지금은 현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그들과 말을 한두마디를 섞는 것이 온전한 여행의 기본조건이라 생각이 전환되었지만, 당시 내가 생각했던 온전한 여행이란 낯설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것이였다. 그래야 했다. 그래서 나는 티켓 자동 발권기 앞에 선다. 이미 한국에서 예습을 많이 했었어서(눈으로 ...+_+) English 모드로 전환 하지 않고도 착착 까르네 10장을 뽑을 수 있을 정도였다.   




 

메트로 타고 RER도 타고 지상에 올라와 처음으로 보이는 에펠탑은 하룻 새, 아니 열두시간 새 안녕했지?

 

RER은 우리나라의 국철 개념인데 파리엔 그 국철 같은 노선이 5개, 일반 노선은 14개로 총 19개다. 그야말로 월드와이드웹(www)처럼 파리의 온갖 곳으로 로그인 가능. 환승해서 RER B를 타려는 찰나에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한테 물어봐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역장한테 뭐라 말을 뗴려는데 나를 막 시작 버튼 누른 세탁기에 집어넣는 빨랫감처럼 막 밀어 넣어. 그것도 눈 감고 그냥 "응 여기 타라 얘야" 이런다. 빡쳐서 나도 모르게 "Orsay!!!!!!!!" 했더니 "오 그건 여기가 아니야 저기로 가렴" 해서 겨우 세탁기 문에서 빠져나왔다.  

 

 

 

 

 



그래도 여유롭게 오전 10시 30분 오르세 미술관에 도착. 오르세 미술관은 내가 파리에서 집중과 투자를 하기로 적극 선정한 '관'으로 관람시간을 두시간 이상쯤은 할애해주자고 마음을 먹었다. (남들은 하루 반나절 다 쓰는데 뭐라?) 알다시피, 나는 하루전날 루브르 박물'관'을 버렸다. 관람의 대상이 될 미술관, 박물관을 선정하는 나만의 기준은 까다롭지 않다. 정말 보고 싶은 작품 한작품이 걸려 있는 곳. 거기면 간다. 그러니까 나는 실물의 모나리자를 버리고... 



 

 



....그 대신 <풀밭위의 점심>을 선택한 것이다. 오르세 미술관을 초록창에 검색해보니 "미술시간에 배운 유명한 작품들이 많은 미술관"이라고 나온다. 이걸 지금 공간적 특성이라고 적어놓은거냐. 안일하다 네이벙! (...) 친절하고 짧게 설명하자면 여긴 모나리자는 없지만 비교적 친숙한 회화들(마네, 모네, 고흐)이 걸려있고, 기차역(오르세역)을 미술관으로 개축해놓았다. 여행 바로 직전 학기에 진짜로 '서양 미술사'를 너무 재미있게 배우고 C+를 받았기 때문에 나는 <풀밭위의 점심>을 꼭 내 눈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제가 조예가 깊지는 않습니다만 이 작품을 얼만큼 좋아하냐면. 

 

 


한국에 돌아와 직접 그려봅니다ㅋㅋㅋㅋㅋㅋㅋ

여자 왜 홀쭉하게 그려놨냐며 댓글로 질타도 받았었다. 묻고싶다 왜 그런거만 보는거냐. 풀밭을 보거나 점심을 보는건 어떠냐. 그리고 또 묻고 싶다. '서양 미술사' 시험에는 감상평 쓰는 문제 주면 안되요? 왜 사조를 다 외워 써야 해요? 외운만큼 점수를 얻어가는 걸로 체계가 잡히는 순간 그거슨 내게 중딩 기술가정 중간고사에 지나지 않아...(맨날 5-60점대. 엉엉)

 

 



정말로 딱 두시간동안 보고 싶은 작품들만 스윽스윽 보고, 오늘은 8월의 첫번째 일요일이다 맛있는 걸로 식사를 하자! 하며 시떼섬으로 갔다. 시떼섬 메트로 출구 바로 앞에 있는 푸르른 인상의 노천 레스토랑으로 갔다. 버섯이 든 오믈렛과 샐러드, 코로나 한병까지. 오믈렛은 싱겁고 샐러드에선 씁쓸한 향까지 났지만 좋았다. 맥주가 함께라서? 실은. 이 다음 일정이 미사를 보는거였는데, 왠걸 싶으면서도 율법주의자는 되지 말자 싶었다. 





와 근데 코로나 한병이 6유로? 팁까지 주니 금방 3만원이 넘어버린다. 그리 맛짱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야외에서 각자의 테이블과 각자의 식사를 열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식사를 하는 기분은 멋지다. 이상하게 외로울 틈을 주지 않는 파리의 노천. 





밥 먹고 나서 걸으면서 시떼섬 벼룩시장. 정말 마음에 드는 거울을 4개 샀는데 두개는 친구한테 선물로 줬고, 하나는 엄마, 저건 내껀데 정말 아꼈는데 돌아와서 한달만에 부수어져 버렸다. 파리가면 다시 똑같은걸로 사올꺼야.





빅토르 위고가 "이것은 돌에 새긴 위대한 교향곡"이라 말했다는 노트르담 대성당. 왠만한 '관'에 들어가 있는 것보다는 노트르담 대성당 동서남북을 찬찬히 뜯어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하룻새 일년새 지어진게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사조가 각 면에 채워져 있는걸 볼 수 있다. 여긴 뭐였고 저긴 뭐였고 지금은 잘 기억 안나고, 그 때도 잘 모르고 봤지만 정면만 보고 오지 마시어요 그건 너무 아쉬운 일입니다.




다만 드 성당의 세로 길이가 매우 높기 때문에 고개를 계속 치켜주어야 한다. 멍멍이는 이미 볼만큼 봤다는 듯 수평적 시선 모드.





뒤를 봅니다 꼭 뒤를.




 

 

 

미사시간은 오후 4시 30분. 컨셉은 오르간 미사인데 확실한거 하나는 오르간의 악기적 정체성은 점잖음이 아니고 화려함이라는 것이다. 정각이 되서 오르가너(?)가 연주를 시작하는데 아니 이건 재즈를 하고 있는건가. 굉장히 전방위적 예술적으로 손을 놀리시는 것이. 성당을 무너뜨릴 듯한 11옥타브 12옥타브의, (내가 듣기엔)+(아니 근데 나 막귀 아니고 절대 음감인데!) 불협화음 같은게 이어지는 것이었다. 감미롭고 은혜롭고 그런거 없엉. 7곡까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잠이 왔다. 얼만큼의 시간이 지난지 알 수 없고 깼을 땐 '이게 므야. 잘꺼면 나가자.'

 

 

 

 

 


'콰지모도 노트르담'이라는 간판을 보며 어머 이거 웃기다 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와서 쿠키 머겅 하고 손에 쥐어준다. 초코 잼이 들어있었다. 쿠키는 참 달콤했고 요한 23세 광장으로 가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재즈음악 와우.





재즈 콰트르. 가만히 한시간 이십분을 감상했다. 직전에 오르간에서 점잖음이 아닌 화려함을 발견했듯, 이들의 연주를 보고 들으면서도 발견한게 하나 있는데. 재즈음악의 속성은 자유로움이 아니군- 하는 것이었다. 눈을 감고 연주할 줄 알았는데 눈을 맞추는 것이었다. 그것도 꽤 자주. 그렇다고 연주자끼리 눈을 맞추는 것이 관객에게 있어 틀과 규칙처럼 비춰질 수 있는 여지는 은근히 감춘 채로, 자유방임도 아니고 어떻게 곡이 이렇게 쉼없이 진행되는건지. 아름다웠다 그냥. 이렇게 고퀄리티 스트릿 음악을 들은 후엔 감상비를 주는 것이 예의인데





5유로 주자. 했는데

이 오빠 때문에.
그대 때문에.






10유로를 주고 CD를 샀어...

 

앨범명은 'Panamsterdam', 속지에 친절히 설명해놨다. 이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일종의 신조어. '파리'와 '암스테르담'의 합성어이며, 우리 밴드가 이 두곳을 여행하면서 즉흥적으로 떠오른 것들을 담아낸 한장의 앨범이라고. 이거야 말로 두도시 이야기구나. 아 이런 발음하기 불편한 감성 너무 좋아한다. 이를테면 이번 김준수의 타이틀곡명인 'Tarantallegra'처럼 ( =ㅂ=) 

 

 

 

 


 

댓글
  • 프로필사진 알 수 없는 사용자 오와 지금 껏 너의 포스팅 중에 젤루 맘에 드는 것 같아 ;) 오르세미술관은 어땠엉? 2012.05.30 13:23
  • 프로필사진 쥐씨 pd님ㅋㅋㅋ
    오르세 미술관은 아 이거 내가 너무 특정 작품에 대해서만 떠들어놨군... 우선 저 공간이 말했듯이
    기차역이었어서 딱딱한 미술관의 이미지는 아니라서 좋았어.
    천장에 창문이 크게크게 있는데 거기로 햇빛도 쫙 들어오고(~_~).
    그때 제일 사람들이 몰려있던 섹션은 고흐 섹션이었던거 같은데 그래서 난 그건 그냥 스윽 보는 식으로만 하고, 마네님 모네님 작품 위주로 봤던듯~~~
    2012.05.31 11:06 신고
  • 프로필사진 한솔 조으다조으다-
    나도 벼룩시장 샤핑하고시프다
    오늘 디트로이트에 사시는 고모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셨어 요즘의 나에게 미국=서해인 '아 고모 내친구 미국에 잇는데 고모가 뉴욕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를 뵐때마다 (한달계시는동안 약 세번 뵈었음) 을 약 세번말했지
    2012.05.30 22:49
  • 프로필사진 쥐씨 지역의 벼룩 시장이나 로컬 마켓 갈 때마다 느끼는건 혼자 여행온게 너무 아쉽다는거?
    셀카로 담기엔 구도가 너무 안타깝게 나온다는거?
    배경이 소ㅑ~악 나오면서 내가 있는 곳 느낌을 전체적으로 담아줘야 하는데
    항상 실패....

    미국=나
    그런 이미지라니 황송합니다...
    근데 나 미국이랑은 안 어울리지 않음?
    =ㅅ=
    2012.05.31 11:08 신고
  • 프로필사진 me 역시 뉴욕보다는 파리~
    난 언제 노트르담 대성당 뒷태를 볼 수 있다냐. 너처럼 앞에서 입벌리고 사진 찍고 싶당.
    너의 <풀밭위의 점심> 디테일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는데 어쩔까나 ㅎㅎ
    2012.05.31 14:09
  • 프로필사진 쥐씨 사람들의 마음엔 paris가 모두 하나씩 들어있나봄...
    뭔가 댓글들이 다들 환한 것이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나 치과도 끝났겠다 저축을 해봅시다
    그러나 me님은 자유의 모미 아냐 with 시어머니
    2012.05.31 15: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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