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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니스에 처음 도착해서 이 밤을 늘이고 싶었더라는 바람을 적었었는데, 여행 아홉 번쨋날 밤과, 열 번쨋날의 밤이 길었던건 기정 사실이었다. B&B인데다가 반지하로 계단을 조금 내려가서 이틀동안 혼자 썼던 그 방에는 컴퓨터가 있었다. 아이튠즈를 깔고, 8월 초에 공개 예정이었던 보아의 허리케인 비너스를 뒤늦게 다운 받아 엠피쓰리에 넣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느새 보아는 그런 여전사 그만 하겠다며 ‘only one'을 들고 나온지 한참이다.) 그리고 그 컴퓨터로 7월말에 응시한 토플 스코어를 확인했다. 점수는 진공포장해서 무덤까지 배송하기로 했다. 자정에 조용한 부엌으로 가니 얼음이 톼르르 나오는 냉장고가 있고 좌측에 세탁기도 있기에 빨래를 돌렸다.




그렇게 깨알같이 B&B를 활용하고서 잠이 늦게 들었는데도 일찍 눈이 떠져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주인 청년은 마루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고 씨리얼이 열종에 쨈이 여덟종은 되는 듯. ‘너 맘대로 먹어라고 한마디하곤 투숙객에게 부담주지 않으려고 식사 시간 내내 저렇게 뒷태를 보여주신다. (정말 부담이 없었다~




이 집에 있는 잘 가꿔놓진 않았지만 가지고 싶은 정원도 나가보고아직도 이른 시간, 느릿하게 침대에 누워서 오늘의 일정을 체크하려고 가방에 손을 뻗어봤는데 뭔가 이상하다. 지갑이 들어있어야 할 자리에 왜 한기가 느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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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값은 숙소값 지불하러 냈던 100유로에서 돌려받은 거스름돈을 습관처럼 바지 주머니로 골인 시킨 후 그걸 꺼내서 계산했고아아 그러고보니 밥먹고 남은 12유로가 어제 입은 바지에 들어있는게 보이는데그러니까 어제 언젠가 제 지갑이 낚인건가요 투 썸바디?


짤 출처: 네이버 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




오늘은 프랑스 남부의 몇몇 소도시들을 돌아다니는 일정인데 수중에 12유로 밖에 없다하여 방바닥만 긁고 있을 수는 없었다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도시간 이동인데도 버스 티켓이 저렴해서 다행이다만 연발했던 기억이다. 에즈로 가는 짧은 20분간의 운행 구간은 지중해를 끼고 도는데 록색의 산과 바닷가 위에 폴폴 떠 있는 백색의 배들과 빨갛고 노란 지붕을 가진 수백개의 집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에즈 빌리지. 한시간만에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다. 노란색의 집들이 양쪽에 들어서 있고 회색 돌길을 걷는건데 길이 직선형이 아닌데 미로형도 아니다. 이 마을이 어느 누군가의 의도로 정갈하게 구성된 공간이라는 생각이 걷는 내내 들었지만, 유래라든가, 테마라든가 하는 것들을 알아보지 않고 그저 본 것과 느낀 것만 기억하며 살아야겠다 싶은 다짐이 섰다. 나답지 않게




 


 


 


여행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 학기에 전공과목 교수님이 (이제는) '도시가 미디어다'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에즈를 떠올렸다. 어떤 매개체 없이도 (이를테면 짱짱한 홍보물이라든가 여행 다큐 촬영의 소재지로 선택된다거나) 제 공간이 지닌 가치 전달에 성공하는 도시라면 미디어인게 맞다.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한시간동안 전혀 생각나지 않던 니스 마을 출구를 빠져 나오면서, ‘모나코에 가려는데 갑자기 혹 있다가 1유로가 부족해서 숙소로 못 돌아가게 되면 어떻게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다음 도시까지는 걸어가보기로 했다.


 



댓글
  • 프로필사진 iami 사진이 많아서 보기 좋다.
    식탁의 쨈 병 뚜껑과 상표가 Shiker님이 마트에서 스벅이 먹다가 사 주셨던 마멀레이드와 같은데, 기억나니?
    드디어 털렸군~.
    2012.09.16 09:05
  • 프로필사진 me 난 저 돌담과 돌길이 참 맘에 든다. 걷고 시퍼라
    숙소에서의 첫날밤 자유롭고 편안했음이 사진에서 확 느껴지네
    아참식탁 정말 부담없어 보여라. 없어도 너~~무 없어 , 가지런히 정리해주고 싶다. 저 주인장의 헤어와 함께
    확실히 여행사진은 뉴욕보다 유럽사진이야. 아이폰보단 똑딱이가 한수윈거지
    2012.09.16 09:26
  • 프로필사진 에즈!!!! ㅠㅠ
    아 진짜 그 때 생각만 하면 눈물이 좔좔.
    골목 골목 다닐 때마다의 그 느낌은 정말 잊을 수가 없.... ㅠㅠㅠㅠ
    언젠가 돈이 무진장 많은 날이 오게 되면 꼭 저 염소님 샤또에서 한밤 묵고 싶다
    2012.09.18 18:52
  • 프로필사진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2013.03.31 07:53
  • 프로필사진 쥐씨 뜨아... 메일이 수신 차단을 해두셨다고 나와서 댓글로 달아드립니다.

    Villa aramis
    주소: 3 Avenue des Mousquetaires, Nice

    호텔이라고도 나와있는데 B&B로 운영되는게 맞구요.

    니스역에서 내려 조금 걸어나가면 트램역이 있는데, 트램으로는 세정거장 정도, 도보로는 20분정도 소요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바로 니스의 광장에 나와보실 수 있고, 숙소와 반댓방향으로 걸어가시면 해변도 있어요(저는 생략했지만 ^^)

    숙소 사양은 블로그를 통해 보셨으니 대충 아실테고요. 제가 묵었던 곳은 반지하 싱글베드였는데 마음에 들었어요. 화장실은 1층의 공동 화장실을 써야 했지만!

    가격은 제가 2010년도에 갔었어서, 직접 검색해보시는게 더 확실할 것 같아요. 단 2010,8월 성수기 기준으로는 한화로 박당 4만원 정도였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고, 즐겁게 준비하세요!
    2013.04.04 1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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