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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오십이니까 미국이다

54: 넘작벽

= 쥐씨 2012. 10. 12. 10:48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말고
'책 껍데기에 내가 한줄 나왔으면'을 생각해 본다면,

김중혁의 진짜 들려주고 싶은 바가 남들에게 읽히지 않을 걸 감안하며 c1+y=:[8]이라는 제목을 달아놓는 포부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90여쪽을 보고나서도 이 사람이라면 900여쪽의 장편으로 늘려 써도 포맷에 안정감이 느껴질 것이라는 신뢰감과
더글라스 케네디의 사건사고를 끌고 나가는 알리바이력과
버지니아 울프의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선주장 후말빨력과
법정스님의 좋은 건 같이 보자는 결례없는 마인드와
제인 오스틴의 수많은 문예 장르들이 내게 감동은 줄지언정 모두 실패하고만 다시 사랑에 빠져볼 것을 고민하게 하는 순수미와
빌 브라이슨의 펍에서 만난 어떤 수염이 많은 아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헤어진 후 매일 밤이 찾아올 때마다 딱히 맥주가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도 그 펍을 자꾸 찾아가서 아저씨 옆에 앉아 있고 싶게 만드는 흥미로운 수사와
정수복의 피곤하지 않은 깊이와
김두식의 편하게 풀어 쓰기와
박민규의 책을 덮으면 주변의 약자와 소수자에게서 가장 매력 포인트를 찾을 수 있게 만드는 윤리적인 영향력과
김연수의 20년 단위로 5번의 탈고를 계획하는 장기적인 시야와
고미숙의 메이저리그에서 칼을 갈고 마이너리그를 향해서는 집요해지는 것과
요네하라 마리의 읽고 살면서 그리 심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한 유쾌한 눈짓

이상의 것들을 가지기 전엔 안될 것 같다가도 아니 뭐 나도 나만의 -짓, -력이 있는 작가가 되면 되지 않겠어? 싶지만 아무래도 도무지 알랭 드 보통처럼 될 수는 없다는 사실에 부닥치면 게임 종료....


나는 약 삼주 째 소설을 쓰고 있다.

 

 

댓글
  • 프로필사진 iami 위에 언급한 사람들이 작중 등장인물들이냐? ㅋㅋ
    미래의 독자들을 위해 주제나 내용을 살짝 공개하는 티저 마케팅 안 되겠니?
    2012.10.12 14:11
  • 프로필사진 me 넘작벽은 뭐래? 넘을 수 없는 작가의 벽?
    빌 브라이슨의 책을 얼만 전에 첨 읽었는데 니 말이 딱 맞다.
    보통은 보통이고 너는 너야.
    2012.10.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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