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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우주에서 대륙으로 뛰어내렸고

누군가는 madonna와 춤을 췄으며

(이제는 '누군가는 psy와 춤을 췄으며'가 더 격에 맞는 어법일지도 모르겠다)

오바마는 재선 월드를 열었고

애플은 더 이상의 혁신은 없다고 말하길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들 틈에서 정진 중이며



나는 외국인 스무명 앞에서 독백 스피치를 했다.

'speech의 기초'라는 과목을 듣는 나는

그동안 생애 베스트 순간 스피치부터 시작해서, 성서 낭독, 시 낭독, 전화 영어 재연, 판토마임을 했는데

순간순간 곤욕을 치뤘노라고 정리하겠다.


베스트 순간 스피치와 성서 낭독은 대본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때는 얼마나 "오버"해야 하는지 몰라서

어쩌면 "오버 못하는" 한국인의 피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적당적당히 했더니 B와 C가 나왔다.

시 낭독은 I hear america singing 이라는 시로 지금의 미국을 이룩한 열가지 남짓의 직업군을 찬양하는 내용이었는데, 일단 내가 아메리칸이 아니기도 했고, 다른 친구들은 '구름이 몰려온다' '다람쥐가 동산에 오르고 있다' '오 주여' 등등 강조할 포인트가 많았는데 I hear america singing은 너무 건조한 산문적 운문이었다는 것도 문제. 도대체 저 아시안이 말하고 싶은게 뭐지? 싶었을 거다. C.

우리 반은 이상할 정도로 국제 학생이 적은데, 아시안 2+아메리칸 19(캐네디언도 포함)이다. 그런데 전화영어 미션 때 슨상님이 우리 아시안 둘을 팀으로 묶어주셨다. 이게 배려인지 차별인지 나는 늘 그 교실에서 밥알과 소스를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사실 '응?' 했던건 사실이다. 걔랑 나랑 둘 다 '응?' 저 슨상님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냐! 나는 피자 배달부의 역할을 맡았고 그 애는 피자를 주문했는데 C-_-; 걔 점수는 확인 안해봤지만 내 점수는 C!

판토마임은 소다 캔을 따는 것이었는데 공연을 마치고 나니 슨상님 표정이 좀 밝음. B+  


그리고 독백 스피치-_-


브로드웨이를 운전하면서 모자 가게 쇼케이스를 들여다보다 차 사고가 난 여자가 집에 와서 husband에게 불평을 터트리는 내용의 a4 용지 두장 분량의 5분이 소요되는 독백 스피치. 

husband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대화를 주고 받아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YES YES 하면서 고개를 흔들거나 NO, oh dear 하면서 삐진척도 해줘야 했다. 여기다 일전에 했던 판토마임도 해줘야 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 부터 바느질을 하는 척을 하면서 따분함을 드러낸다거나, 운전하는 척이라거나.

거기다가 자기자신의 목소리를 내면 점수가 깎인다. 꼭 다른 목소리를 만들어 오랜다.

중간 점검 날 나는 10점 만점에 1점을 받았다.

보여요? 1점을 받았다고.

대본은 두 장인데 나는 한줄 반을 말하고는 머리가 텅 비었다.

 

방에 돌아와 앉아 생각했다. 나는 영어를 못 하는구나.

그간 줄곧 수료하지 않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1) 떨리고 긴장되서가 아니라

2) 영어를 말하는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이다.


과거 영예스러웠던 한 순간에 사로잡히면 안된다. 그렇지만 나는.

작년에 PT 공모전에서 15분짜리 대본을 모두 외웠고 실수도 없었다. 

운이 좋기도 했지만 그것은 내가 이제는 다수의 청중 앞에서 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점을 받은 원인은 1)이 아니고 2)였다.

미국에 온지 10개월이 되었는데도 말이 안 나오는구나.

시바.




2년 전쯤 이런 고민을 했다.

무심하게 리더를 할 수는 없나? (먼저 어린양들을 챙기지 않고는 진짜로 그룹이 하나가 될 수 없는가?)




없지.




그리고 올해는 이런 고민이 따라 붙었다.

무심하게 외국어를 배울 수는 없나? (먼저 말을 걸지 않고는 진짜로 말이 안 느나?)

아니 나는 '종종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외국어가 늘은 여자' 라는 초유의 사례가 되고 싶은건가? 

이 얼마나 쓸 데 없는 정의인가?


필요 이상으로 입을 열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말을 안하니까 대본이 안 외워지는거다.

그 때부터 지난 한 주 가량 말도 안되는 영어말을 하면서 못나게 영어로 찡찡거린 나를 받아준 룸메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것은.


이틀 전 20대 남성의 목소리로 마지막 줄까지 다 외워서 얘기한 것으로 독백 스피치가 일단락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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