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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설교는 따라 갈만하냐는 엄마의 전화에 “뭐라고 샬라샬라 거리는지 모르겠다”라고 했지만 심의에 걸리지 않는다면 솔직히는 “뭐라고 씨부렁 거리는 건지 십분에 단어 한 개씩 밖에 안들려 이런 10.분.”이라고 했습니다. [defgh]편이 영어로 말하기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ijklmn]편은 영어로 듣기에 대한 것입니다.

듣는 능력은 말하는 환경에의 노출도에 비례합니다. 쉽게 얘기하기 위해, 불어로 된 러닝타임 120분짜리 영화를 보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영화를 쭉 보고 있다보면 등장인물들이 내내 불친절하게 웅성웅성 거린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이건 불어에 관한 저의 단편적인 인상일 뿐이며, 저는 불어를 아주 좋아합니다.) 포인트는, 일정 시간 이상 외국어를 듣다보면 하나의 패턴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얄밉게 들리는건 그 나라 언어, 정감 없게 들리는건 저 나라 언어. 이렇게요. 영어라는게 어떻게 발음이 되는 언어인가를 충분히 알고 있더라도, 오래도록 듣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으면 ‘외계어’로 들릴 뿐, “저게 영어였어요? 완전 딴 나라 말인 줄 알았네.”라고 반응하게 될 수도 있게 되니까요. 자주, 오래 듣고 저건 영어다 하고 패턴을 인식할 수 있게 되면 듣기의 첫 번째 걸음은 뗀 것입니다.

이쯤에서 귀는 언제 트이나, 귀가 트인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고 궁금해집니다.
처음에는, 흐르는 문장 속에서 몇 개의 단어가 들립니다. 하나일 때도 있고 두 개일 때도 있죠. 초보자의 귀에도 반드시 하나쯤의 단어가 걸려들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전 편에서 말했던 것의 연장선에서) 미국인들은 모노톤을 즐겨하지 않고, 높낮이와 강조를 확실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들이 수능 듣기 평가 녹음 테이프 만큼이나 착하게 말하며 살지는 않지만 몇 개의 단어로 때려 맞춰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다음으로는, 부정어와 시제가 포함 된 문장이 들립니다.
"I can do that"과 "I can't do that"
“Were you~"와 "Are you~"
는 가장 기본적인 일상 회화의 어구인데도 늘 구분이 안되더니, 딱 찝어 말할 수는 없는 어느 시점엔가부터 각각의 것들이 구분 되어 들립니다. 시간이 걸립니다. 맨날 듣는다는 전제로요. 사실 저건 쉽디 쉬운 문장의 일부이니까 여기서 다른 예를 들어보면 회화의 장벽은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댓슴센스“는 뭐고 ”쏘롭“은 뭘까요. 룸메이트들이 자주 쓰는 말입니다.

“댓슴센스”
=“That doen't make sence“=”그거 완전 말이 안되는데?“

“쏘롭”
=“sort of..”=“응 그렇다고 할 수 있지(=일종의 그런거지)”

전 편에서 “would you” 얘기를 했는데 누군가가 “would you”로 시작되는 말을 걸어온다고 할 때 그걸 설마 놓쳤다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단어는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댓슴센스”는 이것이 통째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놓치면 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종 발음에 반복, 반복, 반복적으로 노출되서 아 저건 저렇게 들리는구나 라고 머릿 속 리스트에 짝짓기를 시켜놔야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것은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탓에, 각자 자신의 것대로 소화시켜 “또다른 영어 말”로 뱉어내는 인물들이 너무 다양하다는 사실입니다. 제주 방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 많은 어떤 문장들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지역 언어는 영어에도 물론 존재합니다. 이를테면, 첫 학기 룸메이트는 텍사스 출신이었는데 미국 남부지역의 사투리가 있다는 걸 내내 모른 채로 방을 공유했습니다. 이번 학기 스피치 수업 중 교수님이 다른 학생에게 피드백을 하기를, “이 인물의 목소리가 너무 너의 목소리처럼 들리니까, 다음주까지는 남부 사투리로 싹 바꿔서 준비해 올 수 있겠니?”라고 하는 것입니다. 뭔가가 많이 다르긴 한가 봅니다. 뭐가 다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저는 감쪽같이 그 텍사스 친구가 하는 말은 하나도 못 알아 듣곤 했습니다. 흑인 친구들의 영어는 다르고, 스페니쉬 영향을 받은 집에서 자라난 친구들의 영어도 다르고, 일본 친구들이 하는 영어도 당연히 다릅니다. 각자의 표본에 애정을 쏟으며 노출되기를 힘써야 하겠죠. 사실 진짜 표준 미국인 처럼 말할 줄 아는 친구보다는 진짜 말을 많이 걸어주고 반응이 큰 친구를 사귀는 것이 중요합니다. (-_-)!

그러니까 영어말이 난무하는 현장에 얼마나 자기를 노출시키느냐에 따라 귀가 트이는 시기가 다른 것입니다.

연수를 정규 수업 뿐만 아니라 매일 채플이 배정되어 있는 미국 학교로 온 것은 그런 점에서는 좋았습니다. 매일 50분씩 곱하기 몇 번씩이나 귀를 영어에 담궈야 했으니까요. 물론 연설자는 ‘전문용어‘를 즐겨 씁니다. 채플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단어‘를 쓸테구요. 강의 속의 전문용어는 따로 어휘를 공부해 두지 않고서야 들어도 당연히 알아 들을 수 없지만, 완성 된 구어체를 들을 수 있어 어떻게든 도움이 됩니다. 그러므로 장시간의 원어 강의를 들으며 (집에서는 동영상으로 라던가) 리스닝을 공부하는 것은 물론 졸립겠지만, 바람직한 리스닝 공부법이 될 수 있겠죠.

영어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를 할 때는 받아쓰기, 쉐도잉이 요구 됩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하는 영어를 이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모든 것을 알아 들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토익, 토플 선생님들도 “모든 것을 알아 들을 필요가 없으니까 쉐도잉을 해야죠잉”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은 “다 들을수록 좋죠”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찌 되었든, 듣고 이해하고 생존 할 수 있을 정도로 귀가 트였다는 건, 전부! 다! 들리는 건 아니라는 것이 핵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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