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제일기획 공모전 공고가 떴는데, 이렇게 두근거릴 수가 없다. 11월 중순부터 하루에 두번씩은 공고 업데이트를 검색했으니. 돌이켜보면 좀 변태같다. 심사 결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공지에 타는 목마름이라니.

올 한해는 TV가 들어있는 공간에서 지냈던 날이 단 하루도 없었기 때문에(공공장소에 달린 TV를 본게 전부요), 일년치 광고를 못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장래 정체성을 광고인으로서 더 공고히 굳히게 된 시간이었다. 어쩌면 이런 제한 된 환경, 뚜렷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환경에서 이전의 크고 작은 성취들을 더 사무치게 그리워 할 수 있었는지도.

고작 일년, 이라고 절대. 고작 이라는 부사를 달 수가 없는 시간이었지만, 응 절대로 내 감각. 원초적이기보다 변태적에 가까울지 모르는 그 감각은 죽지 않는 것 같다. 무언가를 계속 쫓고 냄새를 맡아서 수집해놓는 것. 동면을 위한 먹이를 저장해두기 위해 나머지 삼계절을 소요하는 동물들은 현명한 존재들이다. 나는 다가오는 겨울에(죄송. 이 곳은 아직도 겨울이 아직이라서요.) 잘 깨 있기 위해서 무언가를 계속 모아두고 있다.

뭘 모으는 걸까.
자소서용 아이템을 모으는거라고 해둬야 할까.
실은 조금씩 4학년용 자소서를 쓰기 시작했다.
아직 정제되지 않은 내용들이지만, 플리즈. 이 얇은 종이 한장에 적힌 것들을 보며 잠시나마 뿌듯거림에 압도 당하는 일은 더는 없었으면.

잘 몰랐었는데 (사회적 관점으로 볼 때) 평범한 궤도를 추적추적 걸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궤도권에 들어 있는 어떤 덩어리일 수 있는 것 마저도 어떤 이들에게는 처참하게도 가슴 아프게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던 한 해이기도 했다.

성취감을 좋아한다는 것이
과연 기질적인 것일까.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그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이룬 것의 목록을 정체 없이 늘려가고, 다음번 째 빈칸을 금새 계획하면서, 그런 싸이클에 꽤 익숙해져서 살아왔다. 그리고 내년 4학년의 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은 선에서 보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부디 나 자신에게 도취되지 말아야지. 감사히, 좀 주변을 돌아볼 것. 이정도는 유념하며 산다는 듯한 인식론에서만 그치지 말고 구체적으로 딴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것. 내가 다가갈 것.


엊그저께까지만 해도 돌아가 한국에서 맞을 새 해에는 이루고 또 이루고 괴팍하게 보여도 좋을 맘이 급한 개척자의 포부를 가지고 들 떠 있던게 사실이지만, 출발선 끊기 전에 괜히 브레이크를 점검 해 봅니다.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