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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맞물림으로써 지금 아니면 다시는 생각하지 않게 될 아이디어들이 있다고 보는데, 나한테는 그것이 가족이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가족'이 아님을 우선 밝혀야겠다. 내게 가족을 생각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먹고 자는 가장 작은 공동체이고, 동생이 등을 깨물어서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고, 태권도 때문에 첫 사랑을 만났고(야야야...) 미안합니다. 이렇게 사소한 에피소드들을 남발할 수 있을 정도로 내게 보다 어렵고 무거운 주제는 아니었기 때문.


Broken family의 범주를 어디까지 넣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자식의 입장에서 조심스럽게 나열해보자면 

부모의 이혼 과정을 보고 자랐다거나, 질병 여타의 이유로 부모 중 한 분의 부재를 겪는 것부터

아빠와 자녀의 대화가 너무나도 적은 상태라거나, 부모의 욕망이 자녀에게 투영 되어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버린 것 등.


이 중 그 어느 것도 겪어보지 않은 나로서는 집과 가족을 구심으로 크고 작은 균열을 겨우겨우 메우며 살아가려고 애쓰고, 그럼에도 대부분 전혀 평소에는 티를 내지 않는 그들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라는 건 지금까지 합당한 변명거리가 되어 주었다. 우리 부모님 중 한 분이 어떠한 이유로든 집을 영영 떠나버리시는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정말 내가 알래야 알 수가 없을 것 같은 문제.  


하지만 가족이 상대적인 개념임을 알게 된 것은 작년 이 맘 때쯤이었던 것 같다.

단순히 이정도면 나는 행복한 편이구나 하고 비교 후 자각하는 걸 넘어서

깨어진 집, 문제 있다 규정되곤 하는 집에 속한 구성원들이 '자신들만의 가족'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저는 다른 사람들의 가족 문제에 대해 아예 들을 귀가 없나요?"

라고 불평했던 것도 작년 이 맘 때 쯤이었을꺼다.


해도 나의 가족 구성원 넷은 각자의 자리에서 무탈하게 한 해를 보냈기에 여전히 나의 경험은 없었을지 몰라도, 미국에 와서 여러번 아주 쎈 간접경험들을 함으로써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아, 문제는 직접경험의 유무가 아니구나. 나이스한 줄만 알았던 일가 친척 중 한 분이 뉴저지 뒷뜰로 맥주 9개입을 사와서 늘어놓고는 이혼하고 싶다 하셨을 때, 나는 끝까지 적절한 반응 따위는 못했지만 결국 "들어줘서 고맙다"라는 말만 반복해서 돌아왔다는 건... 나름 많이 충격적이었다. "지금도 행복한데 우리 부모님이 이혼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난 얼마나 행복했을까"하고 말하던 J와, "나한테 가족은 꼭 부모님과 나 라기보다는 언니와 나"라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L과, 아버지의 외도를 몇년간이나 나를 찾아와 건조한 문체로 얘기하던 H가 한번씩은 꼭 대화가 끝난 후에 나보고 고맙다고 -_-) 했는데 그 때마다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지. 가장 최근에 "그래서 너는 부모님과는 친한 편이고~"라는 말에 움찔했던 것도 크게보면 미안한 부류의 감정이었던 것 같은데. 


그들은 그저 '자신들만의 가족' 을 들려주고 싶었을 뿐이었을지도. 

그러니까 더 나아보이는 가족은 있어도 더 나은 가족은 없는 것일지도.

배워야지.

세상에 어떤 모양의 가족들이 존재하는지.

개인이 다르다는 걸 너무 잘 아니까,

가족이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겠지.


그들의 가족을 향한 태도. 그것이 아등바등, 혹은 체념 이 중 무엇이든간에 들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여전히 난 같이 울어주는 건 잘 못하겠지만

그리고 결례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가끔은 내가 먼저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겠지.

"그래서 요즘 가족을 향한 너의 태도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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