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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하탄의 저렴이로 체크인을 할 시각. 한 층에 어림잡아 방이 80개정도는 되어보이는 복도를 지나 우리의 방을 찾기까지는 열중쉬엇 정도의 보폭으로 따닥따닥 걸어가야 했다. 문을 열고나서 정말. 진짜. 응? "아 아우슈비츠를 경험해보진 않았는데 이게 바로 수용소군요"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천장이 벌집모양으로 뚫려 있어 80개방에서 투숙객들이 저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공용 샤워실 세칸에서 교대로 흘러나오는 물 트는 소리, 물 뱉는 소리, 적게 잡아 5개 국어 이상으로 이루어진 수다들. 세상에 한국말로 "쩔어"라고 말하는 것도 이 상황을 묘사하는데는 부족할 듯 하여, 진씨크와 나는 한참 웃은 후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눈길이 닿는 곳 마다 가만히 응시했다. 주로 벌집 모양을.

 

 

 

 

그 때 내 시선에서 찍은 1분 30초여의 영상은, 없던 우울증이라도 만들어 우울증 치료제로 요긴히 쓰면 좋을 것 같은 기분을 끼얹었다. 내가 즉석으로 흐느끼는 나레이션을 맡았고, 앵글에 들어온 진씨크가 명언을 뱉었다. "이게 방의 끝 처음이자 끝"

 

어휴 =3

 

 

 

 

 

 

밥이나 먹자.

저녁은 왠지 숙소에서 가까운 홀푸드 마켓 푸드 코트로.

홀 푸드. 홀 피플. 홀 플래닛.

 

 

 

밥을 먹기 전에 약속한 건 숙소에 최고로 늦게 돌아오자는 것이었는데, 식사가 끝나는대로 돌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브루클린 브릿지 야경 같은 걸 보고 싶었는데. 나는 한낮에 한번 브루클린 쪽으로 횡단한 적이 있지만, 얘는 아직 가본 적이 없는데. 아쉬움은 아쉬운대로 있었지만 바람에 뺨이 아파 그만 두는게 맞는 것 같았다.

9:00pm. 스타벅스로 피신을 가서는 그녀에게 상담을 신청했다.

이 상담이 돌고 돌아, 지난 5월 <비포 미드나잇>을 함께 본 다음 날까지 이어졌고, 이 여행으로부터 6개월만에 정말 많은 것이 '현실'이 되었고, 우리의 성격이 옴싹달싹 못하는 이십대 중반의 전형이 되어간다는게 어느 정도는 분명해졌다.

 

둘 다 비를 너무 많이 맞았다. 숙소에는 생각보다 일찍인 자정 전에 돌아오는 수 밖에 없었다. 손거울에 비춰보니 눈에 실핏줄들이 터져 있었다. 빨리 자두지 않으면 내일을 일용하게 쓸 수 없을 것만 같은 감기균들의 존재가 느껴졌다. Advil을 입 속에 털어 넣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공용 샤워장에서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청년이 후진 영어 발음으로 흥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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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좁고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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