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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동에서 시작한 북모임에서<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엄청 재미 없게 읽고나서 내가 우리 다음엔 이거 읽어보자 하며 선정했으나 임시 중지 상태인 우리들의 두번째 책. 어쨌든 나도 지각하며 읽었는데,


하이라이트 대목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

또 다른 하나는 사직서 전문.

이것들은 너무 길기 떄문에 (...) 세번째 하이라이트인 나머지 구절들만 적어본다.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저자
김경 지음
출판사
이야기나무 | 2014-10-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김경의 첫 소설!취향에 이끌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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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아무 방문자도 받지 않고, 그리곤 41년 만에 나타난 친구 콘라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삶은 인간에게 무엇이든 줄 수 있고 또 인간은 삶에서 무엇이든 얻을 수 있네. 그러나 인간의 취향, 성향, 사람의 리듬은 바꿀 수 없어."

나는 이 문장을 발견하고 처음에는 매우 단순하게 생각했답니다.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은 콘라드와 크리스티나처럼 같은 음악이나 책을 보며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겠구나. 그게 가장 이상적인 관계겠구나'하고요. 하지만 취향, 성향, 사람의 리듬이라는 건 결코 쇼팽을 좋아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아주 최근에야 알게 됐답니다. 엄청난 수업료-농담이 아니라 한 2천만 원쯤 될 겁니다-를 치르고요. 그건 타고난 기질의 문제지요. 또한 세계관의 문제이며, 삶을 어떤 리듬으로 살 것인가 스스로 선택하는 인생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p.84-85


꼭 훌륭하게 존재할 필요는 없는 거라고. 그냥 존재하면 돼. 다른 사람한테 피해만 안 주면 되는 거지. 그러니까 쓸 데 없이 널 너무 괴롭히지 마. 그냥 가만히 있어. 가만히 기다려 보라고. 찬바람이 다 지나갈 때까지.

p.139


하긴 쇠렌 키에르케고르도 <유혹자의 일기 Forforerens Dagbog>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놀라게 만드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항상 이기게 되어 있다'고.

그런데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 위해선 스스로 경탄할 줄 알아야 한다. 어린아이처럼. 나는 그것을 <그리스인 조르바 Zorba the Greek>에서 배웠다."놀랍지 않소, 두목? 이 세상에 노새 같은 게 산다는 사실 말이오!" 그 책을 읽고 난 오랫동안 조르바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p.191


기분 좋게 해 주려고 한 빈말이 아니었다. 난 진심으로 감동하고 말았다. 그를 만나기 전 나는 종종 세상이 한없이 지루하고 빈곤하다고 느꼈다. 꽉 막힌 출근길,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소음, 끝이 안 보이는 일 더미, 피곤과 권태가 새겨진 동료들의 얼굴, 상사부터 텔레마케터들까지 온갖 다양한 인간들이 선사하는 매일매일의 분노와 실망, 중압감, 열등감, 질투, 시기, 온갖 험담들…. 그렇게 공허하기 짝이 없는 북새통 같은 하루를 마치고 나면 사람들은 소파에 퍼질러 앉아 텔레비전을 본다. 전쟁, 테러, 불법행위, 녹아내리는 남극과 북극, 홍수, 지진, 기아, 가뭄, 오염, 가난, 다가올 대 재앙 등 이 세상의 온갖 끔찍한 뉴스를 보다가 잠이 든다. 변변찮은 현실을 위로받고 망각하기 위해선 정신을 마비시킬 만한 끔찍한 뉴스가 필요한 법이니까.

p.207


아마 힘들 거다. 돈도 없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그런 이상 세계를 건설하겠다니… 두 사람의 육체와 정신으로 지은 얼마나 힘들까? 어마어마하게 힘들 거다. 하지만 가슴이 뛴다. 얼마나 많은 할 일이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지 생각하면…….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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