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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로 훈련을 받고나니 이제 아까워서 무를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9월에 공동체 제자 훈련, 12월에 언약 가족 훈련, 1월에 결목자 훈련까지

그리고나서 4주 전에 나는 목자가 되었다.

목자는 이라고 부르는 작은 그룹을 이끈다.


공항 보안검색대가 아닌 바에야 이보다 더 반복되는 훈련이라 하여도 사람을 완벽하게 검증할 수는 없다.

요한복음에서 말하고 있는 '양떼'를 칠만한 사람이 바로 이 자라는 검증 말이다.

스무살 때나, 스물 여덟 살이 되서나 늘 '자기 앞가림'이 청춘의 메인 구성요소가 되야 합니다 라는 목소리들 속에서

그래도 종교적 시야로 볼 때 나와 우리는 믿는 구석이 있어 내 앞을 가릴 시간에 남들과 함께 있기를 선택하게 되었다.


아아,


나의 첫 번째 목자 경험이 5년 전 모교회에서였고 그 때 난 스물 세 살 밖에 안 됐었고

지금 같이 목자를 하는 그룹 내에서 최연소로 목자를 하는 친구의 나이가 스물 세 살인 걸 보면

어쩐지 그 친구를 챙겨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잠시 들다가도

'아니야 쟤는 이미 꽤 성숙하고 경험도 많아 나나 잘하자'하는

이상한 자기 앞가림 심리가 또 생겨나 있는 걸 볼 수 있다...-_-


그 땐 내가 어리숙했지를 넘어 그 땐 너나할 것 없이 우리 모두 병신이었어 하고

서로서로 과거의 경험들을 반추하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싶어질 쯔음

멤버들과 모여 앉아 몇 번 모임을 하는 중에

자기를 소개하고, 영적 여정을 포함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각종 여정을 얘기 하고, 스토리를 텔링한다는 행위 자체가 과거를 빼놓을 수 없는 일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날 밤의 "상처를 핥고 신세한탄 하지 않겠다"라는 한 멤버의 급작스러운 선언은 얼마나 멋지던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나의 과거를 공적 언어로 끊임없이 다루어가되 과거에 머무르지는 않겠다는 그의 태도가

더러 우리 모임에 대한 나의 방향성까지 정리를 해주었다.


그리고 일대일로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무척 즐거웠다. 말하면 입만 아플만큼 좋았다. 모호한 걸 구체적으로 말하게끔 만드는 질문도 정말 많이 받았다.

나는 그가 '다르게 사는 사례'가 될 것 같다는 강한 인상을 안고 돌아왔다.

동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서건, 페이스북 친구의 포스팅을 통해서건) 다르게 사는 사례를 접하면 "멋있네", "근데 난 안 돼" 같은 손쉬운 반응을 보이는 데만 그치는 건 아닌지, 오랜시간 나 역시 은밀하게 아닌척 해왔으나 사실은 그런 사례들을 멋있어 하고만 말지는 않았는지, 왜 그렇게 내 자리에서 꿈쩍하지 않았는지 하는 전형적인 현대인으로서의 행동력 부재를 10초 정도 탓하고 말았다.


다르게 살기 위해 그가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가 포기해야 할 것들의 리스트는 대화 도중 실시간으로 내 머리속에서 계산되고 있었는데

리스트는 이미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다 알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임이 그에게 있어서 포기를 연습하는 곳이자 다름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드러내보일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친구를 시작으로해서 앞으로도 나머지 8명의 멤버들을 일대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해야한다? 하고싶다? 할 수 있다? 몰라요.) 해보니 어떤 곳인지를 묻고, 그의 입장에서는 어떤 곳이 되면 좋을지를 생각해보고, 그렇게 만성 시간 부족, 만성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는 20대 크리스찬들이 왜 모여야 하는지 정체성을 알아가고 싶다. 난 그것도 모른 채로 말 그대로 젊음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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