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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의 남자는 금방 운다. 금방 운다는 것이 자주 운다거나, 잘 운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금방'이라는 말은, 해야 할 일을 모두 다 마칠 때까지 기다림을 머금고 있을 때 하는 행동에 잘 어울린다. 오십년 전만 해도 그 나라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라는 말을 즐겨 썼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하면서 동시에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니, 그만한 잔재주를 가진 사람을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 나라의 가옥구조는 파마의 방이 있는 구조와, 그렇지 않은 구조로 나뉘어진다. 사람들은 더이상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직 파마의 방이 있는 집에서 자고, 일어나는 삶을 꿈 꿀 뿐이다. 파마의 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양파와 마늘이 아주 잘게 다져져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기 전까지는 입자가 고운 소금으로 벽면이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 나라의 남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손부터 어깨 바로 아래까지 깨끗이 씻은 후 그 방에 입장한다. 그리고는 자리를 잡고 채 앉기도 전부터 눈물을 연신 떨구기 시작한다.


인간과 동물의 유일한 차이점, 그러니까 인간이 동물보다 더 나은 존재라는 이유는 '슬픔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라는 이론이 어느 시점에선가부터 무섭게 학계의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개구리가 울고, 매미가 울지만 인간은 울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나라의 남자들에게 우는 것은 취미생활이 되었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울어보는 것을 하고 싶어하는 남자들이 늘어만 갔다. 이를 위해 그들에게는 여자들이 필요했다. 그 나라의 여자들은 양파와 마늘을 안뜰에 심고, 수확하고, 껍질을 벗겨내고, 썰고, 다지는게 일과의 전부다.


그렇다면 왜 여자들은 파마의 방에 들어가지 않는가? 왜 남자들만 울고 싶어하는가?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것 같은 그런 생각을 하던 한 여자가 양파와 마늘이 가득 든 봉지를 들고 길을 걷다가 갑자기 웃었다. 웃다보니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알량하게 슬픔을 통제 하기 위해 웃다가 우는 순간의 재미까지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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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11.

한 여름 밤의 북클럽 과제

<사는게 뭐라고> 속 문장 "그 나라의 남자는 금방 운다"로 시작하는 글쓰기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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