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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고 나서야 떼어날 수 있는 삶의 무료함

- 김엄지,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에 대하여

 

꼭 월요일에 읽고 싶은 책이었다. “서로의 불만에 관심이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회사 동료들과 점심에 뭘 먹을까를 아침부터 정겹게 고민하다 결국 어렵게 고른 점심 메뉴에서 아침부터 먹던 커피 맛이 나는 그런 별 수 없는 월요일 퇴근길에, 쭉 같이 있던 동료들보다 조금만 먼저 회사를 빠져나와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를 읽고 싶었다.

 

누군가는 출근과 비를 싫어하겠지만, 실상 소설 속 E에게는 주말이나 산책마저도 끔찍할 수 있다. 제목에 나열 된 총 다섯 개의 단어들은 두드러진 연관성을 가지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주말출근'이 아니라 '주말' 쉼표 찍고 '출근'이다.

 

일하는 현대인을 설명하는 다양한 비유들이 있으나 나는 쳇바퀴를 도는 투명한 다람쥐인간이 된 기분을 더러 느낀다. 도토리라도 수확하러 잠시 가까운 공원에라도 나갔다 오고 싶지만 현실은 담배꽁초가 켜켜이 쌓인 회사 옥상 뿐일 때. 집으로 돌아온 E는 마치 담배꽁초처럼 쌓인 밀린 빨랫감들을 빨까, 말까 하다 잠이 들고 몸 위로 그 빨랫감들이 떨어지는 재미없는 꿈을 꾼다.

 

그러나 회사를 벗어난 어느날 연극무대를 보면서 "이렇게도 재미없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존재하는 희극인들의 생각이 E는 진심으로 궁금하다. 그래서 괜히 그 연극은 왜 그 제목이었어야 했는지 따위에 대해 오래오래 생각하는 것이다.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정작 어떤 실패(“바느질할 때 쓰기 편하도록 실을 감아두는 작은 도구로서의 실패)를 향해 꼬여있는지도 모를 이 이야기는 그 무료한 매일매일의 날씨가 어땠는지에 대한 성실한 보고가 없었더라면 바로 어제라도 당신의 일기장에 적혀 있을 수 있는 그런 흔한 이야기였을 터이다. 매일같이 뜨는 해는 각종 이유로 우리에게 목격되지 않더라도 분명히 뜬다. 구름이 많아서든, 늦잠을 자서든, 출근시간이 너무 일러서든. 그것이 모두에게 주어진 하루의 섭리다. 그렇다면 끊임없이 내리는 비는 무엇일까. 우산을 쓰고 다녀도 젖어버리는 양말, 한 잠 자다 애매한 시간에 깨어 듣는 창가의 빗소리, 눅눅한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방. 이것들은 삶의 당연한 무료함을 해가 뜨듯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친절한 예보다. 알아 챘는지 모르겠지만, 소설 속 주인공은 오감으로 비를 맞고 있다. 일상에서 온통 비에 젖고, 비를 듣고, 비를 맡는다. 그는 그래서 움직이는 것이다. 이렇듯, 닿지 않고서는 떼어낼 수 없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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