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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ECD 회원국 중 국내의 노동자가 하루 평균 일하는 시간이 최장이라는 내용의 통계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은 이제 진부한 일이 되어버렸다. 얼마나 일하든, 어떤 일을 하든, 당신의 정체성은 분명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이다. 그래서 오늘은 소설 속, 에세이 속 필자가 좋아하는 두 노동자를 소개하려고 한다.

 

나쓰메 소세키도련님

 도쿄 태생의 도련님은 반드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지 않지만 대학 졸업 후 단 8일만에 운 좋게도 중학교 수학교사 자리를 제안 받는다. 첫 단추가 꿰어져도, 너무 술술 꿰어지는 이 취준의 서사를 보고 있으면 어떤 독자는 배가 아플지도 모른다

 이 소설이 재미있는 건, 도련님이 수학적 지식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수업 및 개인 교습 장면이라든가, 하다못해 나는 어렸을 땐 수학을 좋아했을지 모른다, 아니 그런데 사실은 수학이 싫다며 기호를 드러내는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 그가 무슨 생각으로 학교로 출근하는지 끝내 잘 알 수는 없다. 그래, 어쩌면 이렇게 매일 노동하는 존재도 있다. 도련님을 보고 있으면 그동안 스쳐왔던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떠오른다. 하고 싶은 일이 아직 없다 말하는, 그래서 인생의 수 많은 갈림길 앞에서 주저함 없이 어디론가 난 길 하나를 택해 투박하게 걸어갈 수 있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세상의 소통 방식은 대부분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그리스도인은 그래서 정말 이렇게 대답만 한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하고 기도할게.” 앞서 말한 그런 사람들이 너무 물렁물렁해 보이는 기준으로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닌가 하고 답답해 할거면서, 게다가 기도하지 않을거면서! 일단 말하고 보면 좌중의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드는 마법의 문장

 그는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 시켜야 하는 실적의 압박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틈을 보였는지 당직 서는 날, 숙직실 담요 안에 아이들이 넣어둔 5-60마리의 메뚜기를 발견하기도 하는 등의 사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메뚜기떼라니. 그럼에도 나쓰메 소세키가 출애굽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산뜻하고 가볍게 읽히는 초년생의 하루하루는 보기 드물다.

 

윤이나미쓰윤의 알바일지

 다른 노동자를 한 명 더 소개하려고 보니 여긴 2016년의 한국이다. 의 개념을 가진 온갖 일을 14년쯤 해왔지만 한 번도 정규직이었던 적은 없던 저자의 일에 관한 회고록이다. 그녀가 지금껏 겪어 온 스무개가 넘는 알바 및 단기 일감의 내막을 자세히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자칫 그 내막이 주관적인 감상에만 머무르지 않게 하는 장치로, 각각의 일마다 알바명, 급여, (별점으로 매긴) 알바강도, 추천대상이 표기되어 있다추천대상은 이런 식이다. 이런 당신이라면 이런 일을 해 볼 수 있을겁니다.


-초등학생은 쉽고 고등학생은 어려움 애매한 수준의 과외선생님 (중학생 과외)

-지루한 것을 잘 견디고 시간이 많은 경우 (방송국 스튜디오 녹화 방청 알바)

-급전이 필요한 경우 외에는 추천하지 않음 (생동성 임상시험 알바)

-그냥 취직을 하세요 (소셜커머스 페이지 구성작가)

 

 이 책이 에 관한 책들 사이에서 가지는 매력적인 지점은 절대로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지만,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볍게 읽힌다는 것이다. 저자는 프리랜서라고는 불리지만 출퇴근의 자유를 제외하고 그 어떤 자유도 허락되지 않는 이상한 상태의 사람’(229)인 스스로를 감당해야 했다. 모든 일이 어제 뛰고 온 알바처럼 생생하지만, 이미 충분히 여러번 소화가 된 후에 이야기의 형태를 가진 기록이 되어 있다서른 살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호주 청년을 만나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 것이 아니고 호주 닭 가공 농장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엄청난 양의 노동을 하고는, 다시 온갖 일을 하는 프리랜서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해피 엔딩은 없고 노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리스도인 청년으로서 우리 개개인을 향한 그 분의 직업적인 부르심이라는게 애매하게 느껴지는 때가 많다. 그래서 제가 이 일을 하면 되겠습니까? 마치 이 책은 적어도 달란트를 묻어두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우리는 열정이나 패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분이 맡기고 가신 달란트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기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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