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세요>라는 에세이집이 요즘 서점에서 핫합니다. 보람 따위는 됐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를 자문하려 하지만 매일 밤 퇴근해서는 내일을 위해 잠에 빠져들기 일쑤죠.

널리 사회를 이롭게 할 수는 없더라도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이득을 끼치지 못하면서 나 스스로가 더 나은 인간이 되는데도 보탬이 되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쌓아가고 있는 우리를 누군가는 '사회초년생'이라 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청춘'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청춘'이라는 이름이 어색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누구부터 누구까지가, 과연 어떠한 기준에 따라 청춘으로 분류될 수 있을지 갈수록 잘 모르겠고, 그렇게 불릴만한 삶을 사는 것은 어떤 모양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여행지에 가서 셀카봉을 들고 빙빙 돌며 해맑은 표정을 몇십초 동안 짓는 것, 그 순간순간에 우리의 청춘스러움이 담길런지요. 그렇다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 우리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런지요.

사회생활을 한 이후로 당분간 못 해왔던 것들, 온갖가지 이유로 스스로나 서로에게 묻지 못했던 것들 "우리는 정말로 청춘이란 말인가?"를 묻고 답하기 위해 일주를 떠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과 하는게 언뜻 좋을 것 같아 보이지만, 최근 일주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회사 같은 팀인 두 대리님들과 해 보는 것이 어떨까? 라는 생각에 <80일간의 세계일주> 중 10일 정도만 같이 떠나봐요 하고 제안을 했습니다.

저희는 그 보람이라는 것을 찾기 위해 갑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고 일하고, 자고, 일어나기 위해서 떠납니다. 서로에게 가장 편한 여행메이트는 당연히 서로가 아닐지라도, 대한민국 모든 회사의 사내 팀워크 조장에 적절한 사례 및 짤방으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조금 담아 이 무리한 조합으로 잠시만 회사 문을 열고 나와 떠납니다.

저희는 SNS마케팅대행사에서 근무하는 3명의 근로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령 분포는 29세, 29세, 30세이며 모두 여자입니다. 각자 담당하는 브랜드가 있고 매일 다양한 브랜드 담당자(feat.갑)들과 소통합니다. 이 일주를 통한 저희의 부재는 갑님께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돌아와 좋은 콘텐츠로 보답할 것을 약속드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으나 사실 우리가 이 여행을 가고 싶은 첫번째 이유가 그것은 아니므로 말을 아낍니다.

우리의 담당자들이 "을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을은 갔습니다."라는 시구를 구슬프게 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저 떠남 후에 돌아와 그 어느때보다 신나게 을지로 3가역에 내리고 싶을 뿐입니다. 왜냐하면 청춘은 무책임하지 않으니까요. 눈 딱감고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우리가 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청춘다운 출근을 할 것입니다.


-

나PD의 [80일간의 세계일주] 호주 회차 지원할 때 넣었던 자소서. 이 프로그램은 tvn에서 방영되지는 않았고, 자체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후기 영상 중심으로 릴리즈 됐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꽃청춘 아이슬란드편 이후에 진행 된 또 하나의 청춘+여행 프로그램이었다. 이전에 여행 중이던 청춘들이 쓰고 남은 차액으로 세계여행을 하고, 그 다음의 청춘들에게 바톤터치를 하는 결코 작지 않은 스케일을 자랑하는 프로젝트였던 것. 전 회사에서 어느 날 일하기 싫었던 나는 대리님 두 분을 향해 저희 호주로 가요! 라고 했고 처음에는 당연히 많이 더워요? 편의점 가서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물고 와요, 소리를 들었지만 결국 두 분을 설득해냈다. 뭐 결국 떨어졌지만. 그 곳에서 손에 꼽힐만큼 재미있었던 일 중 하나! (2016 여름 작성.)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