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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일정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는 무척 큰 딜레마에 빠져있는 사람이다. 줄자로 잴 수는 없으니 적정선을 지키기 위해서 결국 언제나 관계망으로 돌아가 촉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건강한 거리감을 원할 뿐인데 말이다. 그런 거리감이 있을까? 이건 어쩌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같은 소리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거리두기에 대해 다방면으로 설명하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약한 연결, 아즈마 히로키 (2016, 북노마드)

초록색 포털 사이트가 현재 시각 1위부터 10위까지의 인기검색어가 무엇인지 뿐 아니라, 묻지 않았지만 싱글녀 인기검색어직장인 인기검색어의 리스트도 함께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언젠가 공개에 동의했을 개인정보에 기반해 으레 당신이라면 알고 있어야 할 너무 가볍지 않은 가십거리와 핫한 아이템을 추천해주는 온통 친절하고, 사교적인 이 서비스에 나는 그 중 몇 개의 검색어를 클릭하는 것으로 응답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의 서문은 세계는 검색어 숫자만큼 존재하기 때문이다.”라는 선언으로 시작한다. 퍽 멋진 선언이라 생각될 때 즈음 전혀 새로운 주장을 마주치게 된다. 나의 세계를 확장시킬 검색어들을 늘리기 위해서 더 자주, 열심히 검색하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여 이동하는동안 관심범위 안에 없던 대상들을 하나둘 자신의 검색어 리스트에 추가하라는 요청이다. 이는 모든 세상 만사를 궁금해 하지 않는 이들의 나태한 호기심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정말 무엇인가를 알고 싶기 때문에 알아가는 과정에 대해 호응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 또는 움직임을 위해 일본 태생의 사상가인 저자는 아우슈비츠, 방콕, 한국 등의 나라를 관광한다. 요컨대, 약한 연결은 검색과 관광에 대해 이야기 하는 보기 드문 여행기이다. 저자는 여행 중 만난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 대신 조금은 느슨하고 약한 유대관계를 맺어가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모으거나 걸러내기 위한 필터 청소를 감행한다.

소모임에서 쓸 찬양 악보를 한 번이라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약한 연결의 후보 독자군이 될 수 있다. 검색의 행위가 당장의 필요를 해소하는 목적으로만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져 나가는 순간을 경험했다면, 그건 단지 인터넷 중독의 징후라기 보다는 내가 원하지 않는 것까지 검색하고 있는 데에서 오는 씁쓸함으로 남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2013, 사월의책)

혼자 살면 좀처럼 사지 않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수박이다. 혼자 먹기엔 거대하고 많은 탓이다. 그런데 올 여름, 하동에서는 일반 수박의 4분의 1 크기에 맛은 거의 동일한 애플 수박이 재배되기 시작했다 한다. 2017년에는 국내 1인가구가 500만명을 돌파했으니, 그럴 듯한 소식이다.

사회학자 노명우의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결론부터 읽고 싶은 에세이일지도 모르겠다. 결론을 지침으로 삼든, 모르는 척 하든, 혼자 살기란 최소 500만명이 누군가에게 말을 건낸다고 한다면 1000만명의 대화 소재가 될 수 있고, 모든 테이블에서는 나름의 결론이 내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꼭 혼자 살아봐. 또는, 굳이 혼자 살지는 마.

이 책은 ‘4인용 테이블‘1인용 테이블의 개념을 통해 왜 동일한 한 사람이 먹고 사는 모습이 구성원이 있는 집에서 살 때와, 혼자 살 때 다를 수 밖에 없는지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가장 자기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이를 단독인으로, 오직 자신만을 위해 남을 후려치는 이를 독단인으로 구분하는데, 몇십페이지에 걸쳐서 단독인독단인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등장하는 챕터6은 누구를 묘사하고 있는 것인지 몇 번이나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집중력을 요한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고독한 상태를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1인용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단독인이라고 지칭하는 동시에,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하고 있는 사회적 동물임을 강조한다.

필자는 성장을 독려해 줄 공동체의 필요에 대해 배울 때마다, 1인가구가 되는 삶을 선택지에서 제거해버려야 하는가 라는 의문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었다. 주변의 1인가구를 이루는 1인이 이유 없이 우려 된다거나 부럽다면, 어느 이유에서든지 이 책을 읽을만한 동기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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