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과 일정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이는 무척 큰 딜레마에 빠져있는 사람이다. 줄자로 잴 수는 없으니 적정선을 지키기 위해서 결국 언제나 관계망으로 돌아가 촉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건강한 거리감’을 원할 뿐인데 말이다. 그런 거리감이 있을까? 이건 어쩌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같은 소리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거리두기에 대해 다방면으로 설명하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약한 연결』, 아즈마 히로키 (2016, 북노마드) 초록색 포털 사이트가 현재 시각 1위부터 10위까지의 ‘인기검색어’가 무엇인지 뿐 아니라, 묻지 않았지만 ‘싱글녀 인기검색어’와 ‘직장인 인기검색어’의 리스트도 함께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언젠가 공개에 동의했을 개인..
필요에 의해 많은 것을 발명하는 현대인은 ‘피톤치드 스프레이’를 만들었다. 그것을 뿌리면 부지런히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나, 새집증후군을 제거하는데에 도움이 되는 덕이다. 산으로, 숲으로 가서 한껏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는 것이 더 좋은 일이겠지만, 여의치 않다면 풀내음 나는 책을 골라 읽기를 권한다. 『랩 걸』, 호프 자런 (2017, 알마) 뿌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기껏해야 거울을 보며 ‘아 뿌염을 해야할 때가 되었구나’하고 알아차릴 때 뿐이었다. 그러나 본래 뿌리라는 건 보다 더 위엄이 있는 무언가가 아니었던가. 여기, 나무의 뿌리부터 열매까지 연구하는 과학자 호프 자런의 자서전 『랩 걸』이 있다. 이 책의 본문은 아리따 글꼴로 인쇄되었는데 ‘뿌리와 이파리’, ‘나무와 옹이’, ‘꽃과 열매’ 같은..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사실들이 허다하다. 시계 초침은 그 때나 지금이나 늘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든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든가, 그리고 변하지 않던 사람은 결국 죽는다든가 하는 것들. 전도서 2장 16절이 증거하듯 “슬기로운 사람도 죽고 어리석은 사람도 죽는다.” 그렇다면 가까운 이를 떠나보낸 슬기롭거나 어리석은 사람의 삶도 그 전과 같을 수 있을까? 남겨진 이가 적어내린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2016, 반비) 엄마가 될 가능성이 적다는 생각을 종종 하면서, 더욱이 가해자의 엄마가 될 가능성은 더 적을 것이다는 생각을 이 책의 제목을 보는 동시에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저자가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들이 많았을 텐데 왜 ‘가해자의 엄마’일 ..